여름철은 고온다습한 환경 탓에 누구나 땀이 많아지는 시기지만, ‘다한증(Hyperhidrosis)’ 환자들은 단순한 더위 반응이 아닌 병적 수준의 땀 분비로 고통을 겪는다. 특히 여름에는 이 증상이 극도로 심화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땀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의 과민성과 교감신경 항진, 그리고 피부 생리학적 요인과 심리적 반응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한증은 주로 국소형 다한증(Localized hyperhidrosis)으로,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 얼굴 부위에 집중되어 나타난다. 이는 교감신경계의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데, 땀샘을 자극하는 아세틸콜린 신경전달물질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에크린 땀샘(Eccrine gland)이 비정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주요 기전이다. 문제는 여름철이 되면 이 비정상 반응이 더욱 심해진다는 점이다.
첫째, 여름철 고온 환경은 인체의 시상하부(hypothalamus)가 체온 조절을 위해 자율신경계를 더욱 적극적으로 작동시킨다. 일반인은 적당한 수준의 땀 분비로 체온을 조절하지만, 다한증 환자의 경우 이 체계가 지나치게 반응하여 비정상적으로 많은 땀을 분비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교감신경이 과항진된 상태에서는 환경적 자극(덥고 습한 날씨, 긴장 상황, 심리적 압박 등)이 트리거가 되어 증상을 심화시킨다.
둘째, 여름철 습도 상승은 땀의 증발을 저해해 피부 표면에 땀이 고이고 축적되는 상태를 유발한다. 이 상태는 피부의 촉각 수용기를 자극하여 신경계의 반사적 땀 분비를 반복 유도하게 되고, 결국 ‘땀 → 자극 → 땀’의 악순환이 지속된다. 이는 다한증 환자의 자율신경계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특징적인 패턴이다.
셋째, 땀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가 땀 분비를 다시 자극하는 2차 반응도 주요한 원인이다. 여름철에는 얇은 옷을 입게 되고 외부활동이 많아지면서, 타인의 시선에 대한 불안과 긴장감이 커진다. 이는 불안·스트레스로 인한 교감신경 활성 → 아세틸콜린 분비 증가 → 다한증 증상 강화라는 순환 구조를 강화시킨다. 특히 발표, 대면 미팅, 데이트, 면접 등 상황에서 땀으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지며 사회불안 장애(Social anxiety disorder)와 연관되기도 한다.
넷째, 기초대사량(Basal Metabolic Rate)의 계절적 증가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여름에는 활동량과 대사활동이 자연스럽게 증가하는데, 이는 열 생산 증가와 함께 땀샘 자극 빈도도 함께 증가시킨다. 특히 여름철 운동, 야외활동, 장시간 외출 등으로 인한 열 축적이 다한증 환자에게는 심부체온 상승 → 땀샘 과민화를 유도하는 방아쇠로 작용하게 된다.
다섯째, 최근에는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안면 다한증 증가도 주목받고 있다. 마스크 속 온도와 습도는 외부보다 2~3도 이상 높으며, 안면부 에크린 땀샘의 과민화와 땀 배출 불균형을 유도한다. 이는 안면 홍조, 유분기 증가, 여드름 등과 함께 비심리성 안면 다한증(primary facial hyperhidrosis)을 동반하기도 한다.
여름철 다한증 증상 악화는 단순히 ‘덥기 때문’이 아니라, 교감신경계의 조절 실패와 외부 자극에 대한 과민 반응, 그리고 피부 생리와 심리 상태가 유기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따라서 치료 접근도 단순한 제습제나 땀 억제제를 넘어서야 한다. 항콜린제, 보톡스 시술, 국소용 제제, 심한 경우 교감신경절제술(ETS)까지 포함한 전문적 치료가 병행돼야 하며, 심리상담이나 인지행동치료와 병행 시 더욱 효과적이라는 임상 보고도 있다.
결론적으로, 여름철 다한증 환자 급증은 ‘더위’가 아닌, 그 안에 숨겨진 신경계 조절의 실패와 교감신경계의 과활성 반응 때문이며, 이는 반드시 의학적 진단과 치료로 접근해야 하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다한증은 단순히 땀이 많은 것을 넘어,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삶의 질을 전방위로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와 꾸준한 관리를 통해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다한증으로 고민하고 있다면 전문의 상담을 받고, 생활 속 작은 관리부터 실천해보길 권장합니다.